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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길_박노해아시아사진전_세종문화회관B1_20140205-0303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8436

▲ 짜이가 끓는 시간」, Gaguch, Pakistan, 2011.


“80년대 권위주의 시대에는 민주 투사이자 저항 시인이었고, 사형을 구형받고 무기수가 돼 7년여를 감옥에 갇혀 있었다. 자유의 몸이 되고 나서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과 정치의 길을 거부하고 묵묵히 잊혀지는 길을 택했다. 지난 15년간 ‘지구 시대 유랑자’로 전 세계 분쟁 현장과 빈곤 지역, 지도에도 없는 마을을 두 발로 걸으며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진실을 담아왔다.”



박노해 사진전 「다른길」을 소개하는 팜플렛에 조그많게 들어가 있는 이 문구는 ‘박노해’라는 1980년대의 사건을 아주 짧게, 기막히게 정리한 글이다. 그렇다. 「노동의 새벽」 그 서슬 퍼런 비수와도 같은 시를 쓰던 박노해가 시퍼런 비수대신 ‘사랑’과 ‘평화’를 들고 나온지 꽤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혼자 한 없이 먼 길을 돌아왔다. 그 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사진’이라는 오래된 매체에 의지해 세계의 상처받은 곳곳, 아픔이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곳을 우두커니 응시했다. “인간에게는 위대한 일 세 가지가 있다. 사는 것, 사랑하는 것, 죽는 것. 박노해 사진전 「다른길」은 이 위대한 ‘일상의 경이’를 펼쳐 보인다. 티베트, 라오스, 파키스탄, 버마, 인도네시아, 인디아 등에서 기록해온 7만 여 컷 중 엄선한 120여 컷의 사진이 ‘다른 삶’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사진전을 소개하는 이 팜플렛 맨 앞에 있는 문구다.


그렇다. 박노해는 그가 응시했던 ‘다른 삶’을 호명해, 지금 우리 앞에 붙들어놓고 있다. 낡고 흐린 흑백 컨트라스트, 분명 핍진하고 고단했을 삶이 스며들어 있는 일상의 풍경은, 처음에는 낯설게 다가오지만 곧 ‘친숙한’ 어떤 것으로 변화한다. 박노해의 사진은 그렇게 낯선 것을 아프고, 친숙한 어떤 것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박노해의 사진은 눈에 띄지도 않고 역사에 기록되지도 않는 이름없는 이들의 헌신과 고결을 묵묵히 포착해낸다. 이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이 세상 깊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삶의 전위’임을 그려 보인다. 그러나 이 낯선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그 안에서 마주하는 것은 정작 나 자신이다. 우리 가슴 안의 무언가를 탁, 건드리며 근원적 소망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경험하게 된다.” 누가 이렇게 박노해의 사진을 읽었을까. 아프고 친숙한 그 어떤 것은 결국 나의 모습이었다, 라고 정확하게 읽어낸 이 시선은 누구의 것일까.



박노해는 이번 사진전과 함께 사진에세이 『다른길』(느린걸음, 352쪽, 19,500원)을 펴냈다. 거기 맨 앞에 이렇게 썼다. “나는 실패투성이 인간이고 앞으로도 패배할 수밖에/없는 운명이겠지만, 내가 정의하는 실패는 단 하나다./인생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 살지 못하는 것!/진정으로 나를 살지 못했다는 두려움에 비하면/죽음의 두려움조차 아무것도 아니다.//우리 인생에는 각자가 진짜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나에게는 분명 나만의 다른 길이 있다./그것을 잠시 잊어버렸을지언정 아주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지금 이대로 괜찮지 않을 때, 지금 이 길이 아니라는 게/분명해질 때, 바로 그때, 다른 길이 나를 찾아온다./길을 찾아 나선 자에게만 그 길은 나를 향해 마주 걸어온다.”(「그 길이 나를 찾아왔다」 중에서)



마치 어느 대목에서는 청년 루카치의 열정 같은 것이 읽히기도 하지만, 그는 삶을 완성하는 비밀을 자각한 존재처럼 보인다. ‘진정으로 나를 살지 못했다는 두려움’을 느껴본 자만이 삶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의 시선이, 그의 응시가 낯선 땅, 이방의 존재를 뜨겁게 끌어안는 이유를 이제 조금 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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