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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시린 사람들 '다른 길'에 몰리다

[중앙일보] 입력 2014.02.25 00:21 / 수정 2014.02.25 00:29

박노해 사진전 왜 인기인가
18일 만에 2만 명 넘어서
속도·경쟁 현대사회 성찰
88만원 세대 호응 가장 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4년 만의 사진전 ‘다른 길’을 열고 있는 박노해 시인이 관객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 나눔문화]


24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경기도 수원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이재휘(38)씨가 박노해(57) 시인 앞에 책 세 권을 내밀었다. 시집 『참된 시작』(1993), 에세이집 『사람만이 희망이다』(1997), 최근 나온 사진에세이집 『다른 길』이다. 이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제자 박수연(18)양과 함께 왔다.


 정갈한 글씨체로 ‘박노해 시인’ 이름 석 자 사인을 마친 박 시인이 입을 열었다. “20년 전에 냈던 시집에 사인을 하게 됐네요.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족적에 책임을 져야 해요. 혹시 5~10년 후에 제가 잘못 살면 이 책들을 불구덩이에 넣으세요. 저도 오랜만에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네요.”


 이어 고등학교 졸업 후 4년 만에 대학에 들어가는 이다희(22)양이 박 시인 앞에 섰다. “사회생활이 두려웠어요. 왜 굳이 학교에 가야 하는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요. 용기를 내서 사람들 속에 들어가려고요.”


 사인을 마친 박 시인이 대답했다. “봄에 피는 제비꽃, 5월에 피는 장미꽃, 가을에 피는 국화꽃은 서로 빨리 피겠다고 경쟁하지 않습니다. 다 자기만의 리듬과 때가 있죠. 지금까지 학교에선 ‘누가 먼저 되나’ 게임을 벌였죠. 삶의 목적을 물으면서 천천히 가세요.”


 지난 5일 시작된 박노해 사진전 ‘다른 길’이 화제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사람들이 몰리며 22일 누적관객 2만 명을 넘어섰다. ‘박노해 현상’ ‘박노해 신드롬’이라 부를 만하다. 이날 오후 5시 시작된 사인회에도 100여 명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나눔문화 이지훈 팀장은 “평일 하루 평균 1000명, 주말 4000명 정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임현수 팀장은 “현역 작가 중 이토록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건 매우 드문 경우”라고 했다.


 전시에는 속도와 경쟁의 현대사회를 성찰하는 박 시인의 흑백사진 130여 점이 출품됐다. 인도네시아·라오스·티베트 등 아시아 곳곳의 토박이마을 사람들의 우애와 사랑이 담긴 작품들이다. <본지 5일자 1, 8면 참조>


 현재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른 에세이집 『다른 길』을 출간한 느림걸음 허택 대표는 “우리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뤘지만 사람들은 행복해하지 않는다. 이번 사진들은 물질은 넘치지만 마음은 가난한 이 시대 한국인을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20~30대 젊은이의 호응이 큰 편이다. 입시·취업 등에 짓눌린 ‘88만원 세대’ ‘잉여세대’들의 자기성찰인 셈이다. 종교·정치·경제 등 각계 인사들도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허 대표는 “나눔을 추구하는 박 시인의 세계관이 좌우대립에 빠진 한국사회에 울림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집 『노동의 새벽』(1984)으로 유명한 박 시인은 1980년대 ‘노동자 시인’으로 활동했다. 사회주의 혁명에 심취했으나 98년 출소 이후 생명과 평화의 문화를 전파해왔다. 그는 “4년 만의 전시인데 예전에 비해 10대들이 무척 똑똑해졌다. 미래와 희망이 보인다. 반면 20대들은 풀이 많이 죽어 마음이 아프다. 인생의 소중한 것을 잊고 산 세월을 반성하며 삶의 근원을 찾으려는 50대 남성이 늘어난 것도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계속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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