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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길_박노해아시아사진전_세종문화회관B1_20140205-0303

서설이 소록소록 내리는 오늘

지금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다른 길 사진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3월 3일까지에요. 한달도 안 남았어요~)

2월 8일 그 근처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는 박노해시인이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했는데요.

참석하지 못해 아쉬울 분들을 위해 주요 내용을 간단히 전합니다.


ddd.jpg


[시작하며 드리는 말씀]


오늘 눈이 조금씩 내리는데, 이런 날 떠오르는 잊지 못할 풍경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느닷없이 소년 가장이 됏지요. 

제가 8~9세 쯤이었는데, 하얗게 눈이 내리고 동이 틀 때 

시리게 싸아하고 빛나는 눈으로 덮인 길, 하얀 세상을 혼자 걸어갑니다. 

쫑이라고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쫑쫑쫑 따라 오죠. 

뒤를 돌아보니 발자국이 쭈욱 찍혀있는 겁니다. 

그때 가슴에 다가오는 무언가, 이런 게 살아온 기록이겠구나 하는 문득 생긴 깨달음. 

그 발자국이 지금도 제 내면에 느낌으로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 고향을 떠올릴 때면 

내 발자국이 설원에 찍혀있던 우물가며, 

갯벌 바닷가의 방주길이며, 생각이 납니다. 

이런 것을 터무늬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터무니 없다'라고 할 때. 

바로 이 삶의 '터무늬'가 없다는 말입니다. 


학교와 출퇴근 길을 가면서도 

우리 모두 마음 속에 다른 길을 품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찾아가보자 하는 생각으로 

이번 <다른 길> 사진전과 책을 냈습니다. 


사진전에 나오는 사진 속에는 

단편 소설 하나씩의 무게와 사연이 담겨 있는데요. 

우리에게 자기 삶의 이야기가 있을까요? 

우리가 하루종일 이야기하는 것들을 보면 

다 돈에 대한 이야기, 뒷담화, 엄친아, 예능이나 영화얘기 입니다. 

다 남의 삶의 이야기만 합니다. 

자기 삶과 연결성이 끊어져 버린 사상, 

터무늬가 없는 뿌리뽑힌 삶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살지 못하고, 

사회를 비판하고 서로를 적대하는 말들만 눈송이처럼 떨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주목받기 위해 말이 전투적, 자극적이 됩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말들이 하도 사나워지다보니 '질러대는' 거죠. 


예전에 우리를 바꾸고 우리를 감동시킨 말들은 

현란한 말이 아니라 사랑과 희생이 담긴, 마음을 헤아리며 하는 한 마디, 

어머니나, 친구, 참된 스승의 삶으로 울려오는 말들이지 않았나요. 

그러면 "넌 괜찮은 사람이야. 기죽지 마." 이런 말 한마디가 

우리를 바꾸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하잖습니까. 


말의 힘은 삶에서 나옵니다.


시인 이라고 부를때 시라는 한자는

말씀 언에 사원 사 를 씁니다. 말씀의 사원에 사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거짓을 말하거나 하면 그 말의 능력이 날아갑니다.

그저 살아온 삶 그대로 이야기 해왔습니다.


있는 그대로 얘기하다보니 

군사독재 시절에서는 무기징역 살고, 

한쪽에서는 빨갱이 한쪽에서는 변절자라고 합니다.

저도 조금만 타협하면 그런 말 안듣고 적 만들지 않고, 

그럴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제가 힐링을 드리거나, 멘토가 되거나, 

오늘 갑자기 무슨 은혜가 내리거나 무지개가 뜨거나 이런 건 없습니다^^ 

많은 기대 하지 마시고. 

그저 저의 삶의 이야기일 뿐이니 편한 마음으로 들어주시길





Q : 본인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이나 시가 있으신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아직 찍지 않은 사진입니다

제가 미처 찍지 못하고, 혹은 그 경외감과 감동을 담지 못한

수많은 장면과 시간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 가슴속에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만든게 성공했다고, 좋다고 해서

계속 집착하면 동어반복을 하게됩니다.

아이를 낳아놓고 계속 집착하면 비뚤어집니다^^



Q : 내가 나로 살지 못하는 것이 가장 두려움이라는 말이 감동이었다.

정말 나 이대로 괜찮은지 모르겠다.


괜찮지 않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산다. 다들 그 쪽으로 가니까 간다.

다수결이 진리입니까? 다수결로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상식이 진리입니까? 상식은 탐욕의 포퓰리즘입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사는 건. 

이 다수결 상식에 의해 선택된 압력때문 아닙니까?


저에게 다른 길이라는 대단한 정답이 있는게 아닙니다

지금 내가 괜찮지 않구나. 이 길이 아니구나.

이것을 알게 될때 다른길이 보입니다.


사회를 바꿔내는 것

내가 내 안의 욕망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이런것은 우리가 '어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다음날이 먼저 올지 다음생이 먼저올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 삶은 매일이 선물받은 삶이고

매일을 불태우며 살아가야 합니다.

...

참 환타지 같은 이야기죠. 

계획도 하지 말라하고 성공도 하지 말라하고^^

이 시스템에서 경주트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찾을 수 없습니다. 

인연따라 진정한 마음의 길따라 가는 겁니다.


인생은 내 마음의 나침반만 분명하면

처음에는 우리 모두 길을 잃었으니 캄캄하고 막막하지만

그 길을 울며 가다보면 분명 길이 보입니다.



Q : 흑백사진,필름카메라를 쓰시는데 이유는?


세계의 근원의 색이 흑백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복잡하지 않을때는 칼라도 큰 느낌을 줄겁니다.


그러나 우리 사는 세상은요?

밤 조차도. 모두를 위해 어둠고 조용해야하는 그 밤조차

우리의 밤은 너무나 현란하고 밝습니다.

하도 소음이 많으니까 젊은 친구들은 

귀에 뭐 꼽아 차단시키고 삽니다.


지금 우리가 그런 속에 살기 때문에

그렇기에 단순함 속에 정적 속에 나를 두어야

감각지가 살아나고 마음이 살아납니다.

그래서 흑백을 하구요.



Q : 지금 박노해 시인은 한국의 노동문제를 어떻게 보시나요? 


전태일 선배가 분실자살하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인간다운 삶을 옥죄이는 세계의 모순이 

하나의 정권, 하나의 사람, 하나의 계급에 집중된 시대였습니다. 


그럴 때는 파를 통한 입이 중요합니다. 

우리 삶과 시대의 자유와 생명을 억누르는 

우선 저 폭압의 권력질서를 깨뜨리는 것이 

중요한 시대였습니다. 


노동 인권문제는 우리 사회 

모든 성스럽고 아름다운 인간다운 자유의 총체였고 

시대의 전위엿습니다. 


저도 조금의 힘을 보탰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민주화가 되고 노조가 설립되고 

단체들이 자유롭게 일어서는 시대가 됐습니다. 


저보다 훨씬 훌륭한 분들이 이미 열심히 하고 있고,

법적, 제도적 장치도 그대로 실행한다면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습니다.


노동인권 문제가 유럽 수준으로 

교과서에 실려 기본 교육이 되어야 하고,

노동자 내에서의 비정규직 문제, 실직문제도 심각합니다.

그러나 다 아는 얘기를, 또 이야기 한다고 해서

지금 이 사회의 노동문제는

노동문제 만으로는 결코 결코 극복되지 않습니다. 


열심히 투쟁해서 월급 두배로 받으면

과외비 두배로 들이고, TV 자동차 두배로 커지겠지요.


옷장 열어보십시오. 

입는 옷이 1/10을 안넘는 분들 꽤 있을 겁니다.

과잉생산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금 사진전 한다고 서울에 올라와 있는데,

원래 살던 시골이 아닌 도시 생활을 하니

쓰레기가 엄청 나옵니다. 버릴때 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나, 가슴이 철렁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모르는데,

무엇이 좋은 삶인지를 모르는데

참여하자, 연대하자 그 말 자체로는 변화가 안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삶의 방식,

문명전환의 다른 길을 찾아가고

또 그것을 직접 살아내기 위한 실험을 

'나눔문화'를 세우고 15년 동안 해왔습니다.


그리고 '나눔문화'는 

아무도 달려가지 않는 곳도 달려가 함께 해왔거든요.

노동자와 힘없는 사람들이 짓밟히고 

헌법에 규정된 것도 안 지키고, 

알려지지도 않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아닌건 아니라고 외치고 행동하는 것 

역시 꾸준히 해왔습니다.


한 발은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세우는 발을 내딛고, 

한 발만 계속 가면 쓰러지니까 

좋은 삶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일도 해나가는거죠. 



Q : 사진전과 에세이에 담긴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 

이런 이야기를 함축해서 담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무엇인지?


참 어렵습니다.

그 분들의 말 그대로를 살리면서, 

그 의미를 담아내야 하고 

또 그것이 우리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되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말의 운율과 리듬을 살려야 합니다.

그렇게 살리기 위해 노력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제가 추천드리고 싶은 것은

이 책을 보실때 옆에 좋은 노트와 펜을 놓고

아무곳이나 펴서

그 사진과 글을 보면서 글을 그대로 써보시면

참 좋을 겁니다.


제가 제 마음대로 제 마음에 사무치는 것을

그대로 쓰면 좋겠지만

그러면 '내'가 너무 넘쳐서 여러분에게

다가갈 수가 없습니다.



Q : 사진전 보면서 마음에 둥 하는 울림이 왔다.

파도 속에 나무를 심는 사진을 보고 감동이 컸는데,

저도 그곳에 나무를 심거나 해 볼 수 있는지요.


제가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15년 전에 '나눔문화'를 세우며 원칙을 세웠습니다.

재벌기부 받지 않겠다. 정부지원 받지 않겠다. 언론홍보에 의존않겠다.

그런 원칙을 지키며 지금가지 해왔는데요.

그러다 보니 수가 많지는 않아도 정말 진정한 분들이 모였습니다.

주민들이 나무를 꼭 심고 싶어하는데 

제가 돈이 없어 도와주지를 못하지만, 그런 분들이 있어

제가 가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함께 해주시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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