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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길_박노해아시아사진전_세종문화회관B1_2014020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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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
Lee Ki-myoung 
Eurocreon/Magnum Photos Agent in Korea 
President 

주요 전시 기획 
앙리 카르티에-브레송展 (2012, 세종문화회관)

매그넘 코리아展 (2008,예술의 전당)
로버트 카파展 (2007,예술의 전당)

매그넘 창립 50주년 세계순회사진전 (2001,예술의 전당)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세계 최고의 사진에이전시인 매그넘(Magnum Photos)의 한국 에이전트를 맡고 있다.
역대사진전 최다 관람객인 20만 기록을 세운 매그넘코리아展(예술의전당)과 
사진 미학의 거장-앙리 카르티에 브레송展(세종문화회관), 포토저널리즘의 신화-로버트 카파展(예술의전당), 
새로운 신화-마틴 파展 (예술의 전당), 세계 사진 거장들의 예술-매그넘 풍경展 (선갤러리), 
부산아시안게임 공식문화축전 사진전 “Asia into Busan"(부산컨벤션센터) 등 14차례의 대규모 전시회를 기획한 바 있다. 

사진집 판매부수 2만부를 기록한 월드컵 사진집 “Again 2002"(인터넷 대표 서점 ‘YES 24.COM 2002년의 책 24’ 선정)와 
대구지하철참사 1주기 사진집 “대구 218”을 기획 및 사진 편집했으며 
포토저널리즘의 바이블로 불리는 “포토저널리즘-프로 사진가의 접근”(청어람미디어 간)을 공역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작품수집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사진기자협회 사진기자상 심사위원과 대한항공 여행사진 심사위원이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에서 전시기획&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길어 올린 동그란 희망

기획의 글 | 이기명 (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
DIRECTOR’S COMMENTS | Lee Ki-Myoung (Magnum Photos Agent in Korea President) 

1.
2014년 갑오년 새해를 맞아, 아시아의 소망을 기록한 박노해를 만난다. 
“시인이자 노동자이자 혁명가”로 살아온 박노해. 이제 카메라를 든 ‘사진가 박노해’ 또한 낯설지 않다. 
2003년 전쟁의 이라크에 뛰어들며 본격적인 평화활동을 시작한 그는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 현장의 살아있는 진실을 글로는 다 전달할 수 없는 절박한 필요 때문에 카메라를 들게 되었다. 
약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도, 강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카메라였다”고 말한다. 
박노해는 시인이 되기 위해 시를 쓴 것이 아니듯, 사진가가 되기 위해 카메라를 든 것이 아니었다. 
그의 사진은 사랑의 실천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었다. 그 역사가 벌써 10년을 훌쩍 넘기면서 
그는 작업의 지속성과 전문성, 그리고 진정성으로 독창적 경지를 열어가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몇 년 전 나는 반가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의 
정신적 지주로 존경받는 요제프 쿠델카Josef Koudelka가 보내온 친필 편지였다. 
박노해 사진집 《나 거기에 그들처럼》을 받고 보낸 화답이었는데, “박노해 시인에게 나의 경외의 마음을 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국경과 민족을 넘어 인류애의 보편성을 치열하게 밀어나가는 두 작가가 사진을 통해 마음을 나눈 이 일은 
기획자인 내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난 2010년 개최된 두 번의 사진전을 통해서 우리는 박노해의 뜨거운 삶과 실천을 만날 수 있었다. 
첫 번째 사진전 <라 광야>展은 지구 시대 인류의 가장 아픈 지점인 중동현장 10년의 기록이었고, 
같은 해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두 번째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에서 촬영해온 12년간의 작품 활동을 총망라한 전시였다. 
두 번의 전시 모두 깊은 성찰과 울림을 남기며 화제의 전시로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2011년부터 현재까지 비영리사회단체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라 카페 갤러리>에서 
그의 글로벌 평화활동 사진이 상설 전시되고 있는데, 유례없이 많은 6만여 명의 관람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관람객의 숫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람객들에게 작가의 사진이 얼마나 깊은 내면의 감동으로 이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박노해의 사진전은 “가장 긴 시간 머무른 전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전시”, 
“재방문자가 많은 전시”, “도록과 작품 판매가 많은 전시” 등으로 불리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전시를 ‘문화적 사건’이라고 언급한 바도 있다. 
지금은 손바닥에서 사진의 빠른 소비와 공유가 가능해진 시대이며 그 양이 폭주하고 난무하는 시대다. 
자의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컷이 넘는 사진을 보게 되는데, 
내 삶의 ‘결정적 사진’을 만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처럼 속도 빠른 시대에 시간을 내서, 두 발로 느릿느릿 전시장을 둘러보며 
침묵으로 사진을 응시하는 행위와 체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내면에 깊은 파동을 남긴다. 
전시장은 하나의 독립된 세계가 탄생하는 공간이다. 
그곳에서는 고요하고도 신성한 ‘빛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직접 가보지 못한 현장의 사람들과 국경을 넘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작가의 삶과 사상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낯선 시공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2.
박노해가 찾아가는 현장은 거의 공식적인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곳들이다. 
간절하게 길을 찾는 그의 발바닥이 지도였고,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의 지도였다. 
80년대 혁명의 아이콘이자 《노동의 새벽》의 시인으로 
한국사회에서 너무나 선명한 존재감을 지녔던 그는, 
민주화 이후 모두가 예상했던 길을 걸어가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추방시켰다. 
그가 떠난 ‘지구 시대의 유랑 길’은 가장 멀고 깊고 위험한 현장으로의 자발적 추방이었다. 

전쟁과 분쟁의 땅, 저항의 최전선에 선 그의 찰칵하는 셔터 소리에는, 
소리 없는 생명과 약자들의 한숨과 눈물과 기도가 담겨있다. 
그리고 70억 인류 중에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토박이의 삶과 대지의 노동을 담아냄으로써, 
지금 시대 무엇이 진정한 ‘현장’이고 무엇이 근원적 ‘삶’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로버트 카파는 “만약 당신의 사진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면, 
당신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은 것이다”라는 금언을 남겼는데, 
그는 이를 '심리적인 거리'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작가가 카메라를 드는 순간 어쩔 수 없는 ‘나’와 ‘너’의 거리가 발생한다. 
문화적 거리이기도 하고 찍는 자와 찍히는 자의 물리적 혹은 심리적 거리이기도 하다. 
박노해의 사진에서는 대상과의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를 끝까지 좁혀가려는 분투가 느껴진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필름 카메라와 35mm 렌즈를 고수하며, 대상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선택했다. 
그에게 줌 렌즈는 그의 발바닥이었고 플래시는 그의 눈물이었다. 
박노해는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 노동과 저항, 고유한 살림살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외심으로 
온몸을 기울여 다가서며 그들 삶과 내면의 뿌리까지 나직이 스며들어 간다. 
눈에 띄지도 않고 역사에 기록되지도 않는 이름 없는 이들, 위대한 평민들의 헌신과 고결을 
묵묵히 포착해내는 박노해의 사진 철학과 미학이 탄생하게 된 까닭이다. 
대상과 육친적으로 하나가 된 듯한 그의 진실한 사진은 우리 가슴에 거부할 수 없는 강물로 흘러들어온다. 



3.
이번 전시에서 박노해는 ‘아시아’로 초점을 맞춘다. 
지난 3년간 아시아 전역을 기록한 흑백 필름 사진은 무려 7만여 컷. 
3년의 작업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방대하고 다양하다. 
<다른 길>展에는 인류 정신의 지붕인 땅 티베트에서부터 
예전에는 천국이라 불렸으나 지금은 지옥이라 불리는 파키스탄을 거쳐 
극단의 두 얼굴을 지닌 인디아까지 총 6개국의 엄선된 120여 컷이 전시된다. 
사진 속 아시아는 오랜 식민지배와 자연재해와 세계화의 모순이 겹겹이 쌓인 ‘눈물의 땅’ 아시아도 아니며, 
막연한 그리움과 신비화된 ‘오리엔탈’의 아시아도 아닌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를 구원할 주체”로 아시아의 시대를 호명하고 있는 지금, 
지난 16년간 아시아 곳곳을 두 발로 누벼온 박노해는 깊은 물음을 던진다. 
“아시아 시대의 부상은, 단순히 경제권력이 이동하는 문제를 넘어 ‘문명 전환’의 숙제를 안겨주는 인류사적 사건이다. 
세계 절반이 넘는 거대 인구 공동체가 ‘성장과 진보’라는 서구의 길을 뒤따라간 자리에 과연 무엇이 남을 것인가?”

그 동안 뒤떨어진 듯 여겨져 온 아시아는, 박노해에게 오히려 
‘좋은 삶의 원형’이자 ‘희망의 종자’가 남겨진 땅이다. 
그에게 새벽 별은 “가장 먼저 뜨는 찬란한 별이 아니”라 “가장 나중까지 어둠 속에 남아있는” 별이듯, 
아시아 토박이 마을 ‘최후의 사람들’은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를 비추는 ‘최초의 사람들’이기도 한 것이다. 
서구 중심의 ‘성장과 진보’의 세계관을 넘어선 대안 혁명의 세계관을 오랫동안 모색해온 그는 
아시아 토박이 마을 삶 속으로 들어가 마지막 남은 희망의 종자를 채취하듯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박노해가 발견한 아시아 특유의 정신과 삶은 ‘순환’, ‘순수’, ‘순명’이다. 
첫 번째 열쇳말은 ‘창조적 순환’이다. 
아시아는 앞에서 읽어도 뒤에서 읽어도 똑같이 읽히는 ‘동그라미’다. 
서구는 발전을 직선으로 인식한다. 과거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 진보다. 
하지만 아시아의 사유방식은 ‘순환’이다. 동그란 길을 따라가면 어디가 먼저이고 뒤인지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행위의 결과가 되돌아온다. 사진 속 몽골 초원의 여인은 말한다. 
“누구든 한 자리에 오래 머물면 이 초원은 황폐한 사막이 되고 말지요. 
우리 모두는 영원한 거처를 지은 자가 아니라 이 땅에 한 시절 천막을 친 자이니까요.” 

두 번째 열쇳말은 ‘순수’이다.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5천 년의 시간 흐름이 담겨있다. 
거슬러 올라 길을 찾아온 박노해는 오래된 것에서 미래를 발견한다. 
인류의 4대 종교가 발원하기도 한 아시아에서 시원의 순수가 뿌리박은 땅과 삶의 이야기를 지켜온 토박이들, 
대지에 뿌리내린 자급자립의 살림을 가꾸며 고유한 문화를 간직해온 이들은 
인류의 씨종자와도 같은 존재임을 박노해의 사진은 그려 보이고 있다. 
세 번째 열쇳말은 ‘순명’이다. 
“욕망은 끝이 없지만, 우리 삶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만하면 넉넉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함께 사는 지구 위에서 자기 몫의 한계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 
이것이야말로 아시아가 지켜온 오랜 삶의 지혜이다. 
탐욕을 절제하고 주어진 자연 조건의 한계 속에서 최선의 창조성을 발휘하며 
끈질긴 인간 노동으로 고유한 삶을 아름답게 꽃피워내는 아시아의 힘, 
‘순명의 정신’이 박노해의 사진 속에서 장엄하게 펼쳐진다. 



4. 
박노해가 담아낸 작고 낮은 존재들의 사진에서는 놀랍게도 거룩함과 성스러움이 느껴진다. 
어느 관람객은 그의 사진을 가리켜 “21세기의 살아있는 성화聖畵”라는 인상 깊은 평을 남기기도 했다. 
과거의 성화는 세상이 인정하고 떠받드는 제도화된 신과 왕을 그렸다면, 
과학의 손길로 모든 신비가 벗겨져 가는 21세기의 성화는 자본 권력이 스타로 만들기 위해 찍어내는 이미지들이 되었다. 

그러나 박노해는 가난하고 힘없고 이름 조차 없는 토박이들을 그 자체로, 
대지에 뿌리박은 그 흙냄새로, 인간의 존엄과 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성화를 그려내고 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고 노동하고 기도하며 다시 삶을 꽃피워가는 강인한 토박이들의 삶은, 
누구보다 위엄 있는 인간으로 우리 앞에 다시 선다. 

나아가 박노해는 그 내용에 걸맞은 독창적 형식과 미학을 이루어왔다. 
그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역광’과 ‘절제된 빛’이다. 
사진에서 빛은 결정적이다. 빛은 새벽, 아침, 정오, 저녁 등 때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사진의 느낌과 내용을 결정한다. 
사진을 기다림과 인내의 미학이라고 하는 것도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에 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박노해는 본능적으로 빛을 읽는 작가인 것 같다. 
무대 위에 선 주인공의 뒤로 조명을 비추면 신비로운 아우라가 생기듯, 
그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던 존재들을 역광으로 촬영함으로써 감동을 배가시키고, 
주인공의 앞면에 깔린 길고 짙은 그림자는 중후함과 드라마틱한 느낌을 더해준다.

여기 파키스탄의 손수 지은 아담한 흙집에서 가족이 
아침을 맞아 전통 차 짜이를 끓이며 언 몸을 녹이는 사진이 있다. 
미소를 띤 얼굴로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그들에게 전통 가옥의 천장 구멍 사이로 '햇빛 기둥'이 내려온다. 
그 한 줄기의 절제된 빛에 인물들의 실루엣이 신비롭게 강조되고, 
어찌 보면 평범하고 남루한 일상은 신성한 의례로 탄생한다. 
인간 삶의 본질을 기록하는 작가 박노해만의 독특한 관점은, 
바로 이처럼 놀라운 사건이 아닌 ‘일상의 경이’를 담아내는 것이다. 
이 충만한 아침을 담은 사진 한 장은,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런 작고 소박한 아름다운 시간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버마의 인레 호수에서 작은 조각배에 몸을 의지한 채 그물을 당겨 고기잡이하는 어부의 사진이 있다. 
조각배가 물결 사이로 흘러들어 가는 순간의 포착은 역동적인 노동의 힘을 발생시킨다. 
이 어부의 왼편으로는 조각배에 앉아 있는 또 한 사람의 어부가 보이는데, 
이는 대비와 반복의 리듬을 생성하며 프레임 밖의 다른 많은 어부를 상상하게 한다. 
사선으로 흘러내리는 아침의 역광 아래, 먹고 살기 위한 고기잡이 행위는 
돌연 노동의 춤이 되고 장엄한 신성을 느끼게까지 한다. 



5.
박노해의 사진은 한 작가가 찍은 것일까 싶을 만큼 너무도 다양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주제로 흐르며 하나의 물음으로 관통된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 ‘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근원 물음이다. 
지금 우리에겐 진정한 위로와 치유가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정직한 희망과 용기가 필요하다. 
박노해의 사진 앞에 멈추어 서는 순간 우리는 사진에서 흘러나오는 정감과 시정詩情을 느끼며, 
언제부터인가 망각하고 있던 삶에 대한 근원적인 소망을 마주하게 된다. 
가난하고 척박하고 고달픈 땅에서 오히려 희망을 발견하는 이 강렬한 반전이야말로 바로 박노해 사진의 힘인 것이다. 

또한 사진 한 컷마다 역사 배경과 이야기와 삶의 화두까지를 담은 스토리가 있는 사진 캡션은 사진의 힘을 배가시킨다. 
발터 벤야민은 사진과 글은 분리할 수 없는 한 몸뚱어리 같은 결합이라고 말했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한순간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기까지 긴 지속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사진은 항상 현재진행형만 찍기에, 과거 맥락은 글로 전할 수밖에 없다. 
박노해의 사진과 글은 각기 독립적이면서도 서로를 지탱하며 커다란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간편한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흑백 필름 작업과 아날로그 인화가 거의 사라진 오늘, 
첫 전시부터 필름 카메라로 기록하고 전통 흑백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화한 박노해의 작품은 
그 계조의 깊이와 예술성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이제 유럽에서조차 보기 어려운 ‘대형 흑백 아날로그 인화 작품’을 다시 한 번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흑과 백의 계조만으로 이렇게 뜨겁고 찬연할 수 있으며, 
그 나라의 자연 색감을 보여주기 위해 엄선한 몇몇의 칼라 작품은 눈이 시리다. 

작가가 현지에서 직접 구해온 세계 각지의 배경 음악과 
유럽의 인쇄를 뛰어넘는 격조 높은 아트프린팅 사진집 등 
박노해 사진전 <다른 길>은 빛으로 써 내려간 시각적 즐거움과 오감의 풍요가 느껴지는 전시가 될 것이다. 

이제 박노해라는 한 영혼이 걸어온 ‘다른 길’을 따라, 시원의 순수와 신성함으로 거슬러 오르는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낯선 세계와의 만남이지만, 그 속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만남은 나 자신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그들은 기꺼이 등불을 들고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길 찾는 그대에게 위안과 영감을 주는 내 마음의 순례길에서 우리는 
‘낯선 길에서 기다려온 또 다른 나’를 만나 함께 손잡고 돌아오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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